"연봉 오르자 '상사랑 바람피운 거 아냐?' 남친 농담에 분노"

입력 2024-03-14 10:29   수정 2024-03-14 13:15

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폴란드 바르샤바의 한 식품 매장 안. 두 명의 여성 엔지니어들이 "착하면서 깨어있는 남자를 만나기가 어렵다"고 불평하고 있다. 한 여성은 "몇 년 전 내 연봉이 큰폭으로 인상됐는데, 이를 들은 당시 남자친구가 '상사랑 바람피운 것 아니냐'는 농담을 던져 헤어졌다"고 말했다. 이를 듣고 있던 또 다른 여성은 "데이트했던 남자가 '매노스피어 용어'를 쓰길래 다시는 안 만났다"며 동조했다.

매노스피어는 반(反)페미니스트 성향의 남성 중심 글로벌 커뮤니티다. 집안일과 육아는 여성의 몫이며 여자들은 리더가 될 수 없다는 논조의 글들이 자주 공유되는 사이트로 알려졌다. 반면 폴란드 남성들은 "요즘 여자들의 페미니즘이 지나치다"고 비판한다. 한 남성은 "미디어가 모두 좌파적 편향성을 보이는데, 여성들은 소셜미디어에 허세 사진만 올리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코노미스트는 13일(현지시간) "세계 주요 선진국에서 1020세대의 남성과 여성이 서로를 바라보는 시각과 정치 성향이 양극화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1020세대의 이른바 남혐·여혐 문화가 비단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유럽, 미국, 한국 등 20개 선진국의 데이터를 토대로 이들 국가의 18~29세 남녀들을 극진보 성향부터 극보수 성향까지 1~10점 척도로 분류했다.

분석 결과 20년 전만 해도 차이가 없었던 남녀의 보수-진보 격차는 2020년 기준 주요국 평균 0.75로 커졌다. 이는 같은 기간 대학 졸업 여부에 따른 보수-진보 격차의 2배 가까이 벌어진 것이다. 남녀별 보수-진보 격차는 미국에서 1.4로 가장 컸고, 그 뒤를 이어 폴란드(1.1), 프랑스(1), 이탈리아(0.75), 한국(0.74), 영국(0.71)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2020년 기준 자신을 진보적이라고 답한 20대 남성의 비율은 보수적이라고 답한 남성보다 2%포인트 많은 것에 불과했지만, 20대 여성의 경우 이 격차가 27%포인트에 달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조사에 참여한 모든 주요 국가에서 젊은 남성은 젊은 여성보다 더 보수적인 것으로 나타났다"며 "주목할 만한 점은 최근 몇년 사이에 20대 여성들이 페미니즘에 따라 급격히 진보적으로 바뀌면서 남녀간 정치적 견해의 격차가 크게 벌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견해 차이는 투표에 반영되고 있다. 2022년 미국 하원 선거에 투표한 젊은 여성의 72%가 민주당 후보를 지지했고, 젊은 남성의 약 54%가 민주당 후보를 지지했다. 미국에서는 2008년만 해도 젊은층은 거의 대부분 민주당을 지지해 남녀별 표차가 미미했다. 프랑스에서도 2022년 대통령선거에 출마했던 후보 에릭 젬무르는 '페미니즘의 선구자' 시몬 드 보부아르의 주장을 반박하는 책을 출간해 젊은 남성들의 엄청난 지지를 받은 바 있다.

독일 쾰른대학교의 연구에 따르면 2021년 독일 총선에서 젊은 여성과 남성의 득표율 격차는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 10일 포르투갈 총선에서 18%가 넘는 득표율을 얻으며 급부상한 극우정당 셰가 역시 젊은 남성, 저학력 유권자층에 표가 집중됐다. 이코노미스트는 "2022년 한국 대선에서는 20대 남성의 58% 이상이 반여성주의를 표방한 윤석열 현 대통령을 찍은 반면 20대 여성의 약 58%는 그의 경쟁자(이재명 후보)를 지지했다"고 전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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